해양바이오 경쟁 치열한데…한국은 뒷걸음질

입력 2019-06-03 17:39  

잠재적 시장 가치 26조弗
美·日·中 등 전략산업으로 지정
장기 로드맵 세워 대규모 투자



[ 임유 기자 ] “외국에서 열리는 해양바이오 콘퍼런스에 가면 중국 연구자가 수백 명은 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전문 연구자가 열 명 남짓밖에 안 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뒤처져 있습니다.”

국내 해양바이오 분야 권위자인 김세권 한국해양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해양바이오자원의 잠재적 시장가치는 26조달러로 추정된다. 지구 표면의 75%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지구 생물종의 80%인 30만 종이 있다. 그러나 제품화에 성공한 것은 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해양바이오산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바이오에서 금맥 캔다

해양바이오 원료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에 많이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해양 유래 기능성 원료(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할 수 있는 원료)는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등 20여 종이다. 화장품에는 갈조, 다시마, 우뭇가사리, 감태 등 65종의 기능성 소재가 활용된다.

한국콜마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김 교수의 연구 및 저술 활동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일부 원료로 화장품을 출시했다. 한국콜마와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설립한 콜마비앤에이치는 전남 완도에 있는 해림후코이단과 국내산 미역에 함유된 성분인 후코이단을 사용해 면역력 증진에 좋은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시작했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조직 재생 효과가 있는 물질을 연어 생식세포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SM생명공학은 지난해 8월 고등어 유효성분을 넣은 기능성 숙취해소 음료를 내놨다. 네이처글루텍은 물속에서도 바위에 잘 붙는 홍합을 이용해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 중이다.

장덕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미래전략실장은 “시장 환경을 조성하면 국내 시장 규모는 현재 37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거꾸로 가는 국가 R&D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일찌감치 해양바이오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1966년부터 해양산업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해양바이오산업에 주목해왔다. 지금까지 해양생물 유래 물질로 개발한 신약 특허는 300여 건에 달한다. 국가과학재단(NSF) 국립보건원(NIH) 해양대기관리청(NOAA) 등을 통해 매년 1억달러를 연구비로 지원한다.

일본은 하코다테, 도호쿠,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에 해양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중국은 7대 전략 산업 중 하나로 해양바이오산업을 선정하고 광저우, 샤먼, 칭다오 등 여덟 곳에 해양첨단과학기술산업단지를 지었다.

한국도 2004년 시작된 해양수산부의 마린바이오21사업 등을 통해 연구가 활발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최근 3년째 정부의 해양바이오사업 예산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관련 예산은 2017년 363억5800만원에서 2018년 360억4200만원, 올해 348억200만원으로 줄었다.

해양생물 유전체 데이터 확보 사업도 동력을 잃고 있다. 214억원이 투입된 1단계 사업에서 59종의 해양생물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항산화 및 항균 효과가 있는 유전자 39종을 확보했다. 그러나 1단계보다 더 많은 해양생물 유전체 연구가 이뤄질 2단계 사업 예산은 축소될 전망이다.

김혜란 해양생물유전체사업단장은 “4년간 진행되는 2단계 사업의 3년차까지만 130억원의 예산이 확정돼 계획됐던 주요 연구가 상당수 중단될 위기”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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